이란과 북한 핵을 다루는 미국의 자세, 그리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

세계 초 강대국인 미국은 유독 ‘핵’에 민감하다. 경제, 군사력이 미국 보다 현저하게 떨어지더라도 ‘핵’만 보유하면 국가 안보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핵 개발에 성공했다고 자평하고 있고 그 핵무기를 미국 본토까지 실어 나를 대륙간 탄도미사일까지 개발했다는 북한을 눈엣가시로 여기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중동 지역에서 대표적으로 친서방 노선을 유지하고 있는 사우디와 달리 시아파를 신봉하면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란 역시 한 때 ‘핵의 무기화’를 시도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와 갈등을 빚었던 세월이 있었다.
다행히 이란은 지난 2015년, 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5개국과 독일까지 참여한 가운데 핵 무기화를 포기하는 한편 관련 시설에 대한 국제사회의 사찰 등을 허용하면서 화해 무드로 반전됐는데 이번에는 탄도 미사일 개발 의지를 굽히지 않으면서 경제 제재가 재개될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반면 북한 김정은 정권은 오히려 핵 개발 포기 카드를 꺼내 들면서 서방과의 경제 교류를 희망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핵을 통제하는 미국의 방식 그리고 그것이 국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들여다 본다.

북한이 순해지니 이번에는 이란이 말썽이다.
북한은 핵 포기 카드를 내밀며 서방과의 자유로운 경제 교류를 약속받으려 하고 있다. 그런데 이미 핵개발 포기를 선언하며 자유로운 경제 교류를 보장받은 이란이 이번에는 탄도미사일 개발 의지를 굽히지 않으면서 또다시 제재의 틀 안에 갇힐 처지에 놓여 있다. 핵을 매개로 국제사회에서 북한과 이란의 경제 숨통을 쥐락펴락하는 국가는 초강대국 미국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사회에 핵 포기 의사를 전달하고 있는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을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만나 정상 회담을 갖게 되는데 이 자리에서는 핵 포기에 걸맞는 선물 즉 경제 제재 해제와 지원 등이 약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는 한편에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재개를 선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이란과 맺은 핵합의에서 탈퇴하는 한편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재개하기 위한 미국 국가안보대통령각서(National Security Presidential Memorandum)에 서명했다.

미국의 이란 핵 제재

 

북한과 이란 경제 제재 효과 ‘천양지차’

미국이 북한과 이란의 ‘핵’을 통제하는 공통적인 수단은 경제 제재이다. 국제사회와의 경제 교류를 차단해 돈줄을 막고 각종 재화와 용역의 유입을 봉쇄하는 압박을 가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들 국가에 대한 경제 제재가 국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다르다. 이미 오랜 세월, 국제 사회에서의 외교 그리고 경제 교류가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북한의 경제적인 고립은 글로벌 경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이란은 다르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BP는 매년 전 세계 에너지 관련 통계를 분석 발표하는데 가장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이란의 석유매장량은 1584억 배럴로 전 세계 4위를 기록중이다. 지난 해 우리나라의 석유 소비량이 9억3867만 배럴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약 168년을 쓸 수 있는 물량이 묻혀 있다. 더구나 이란은 원유를 전략적으로 수출하는 주요 산유국이다. OPEC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이란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약 370만 배럴로 추산되는데 이란이 원유 생산과 수출을 줄이면 세계 석유 수급과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2016 세계 국가별 석유매장량

 

제재 앞선 워밍업 기간 불구 유가 요동쳐

미국 경제 제재로 이란의 원유 수출이 감소하게 되면 세계 원유 수요와 공급 사이의 균형점 변화가 불가피하게 된다. 공급량이 줄면서 원유 소비를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인 국제 원유가격이 인상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압박 수단은 이란내 유전 및 가스전 개발에 대한 외부 자본 투자 금지, 이란과의 원유 교역 금지, 이란 금융기관과의 거래 제재 등 크게 3가지로 요약되는데 특히 원유 교역 금지가 가장 강력한 제재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문제는 원유 수출 금지가 이란만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국제유가가 요동치고 있다. 이란에 대한 본격적인 경제 제재가 이뤄지는 시점은 오는 11월 5일 부터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경제 압박에 서명한 이후 180일 동안을 이른 바 ‘사업 축소 기간’으로 정한 탓에 이 기간은 교역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일종의 ‘워밍업(warming-up)’에 해당된다. 따라서 당장은 이란 원유 수출에 차질이 없는데 벌써부터 국제유가에 영향을 미치면서 WTI브렌트, 두바이유 등 세계 3대 지표 유종 가격이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서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중이다. 유가 100달러 시대를 예고하는 전망까지 흘러나올 정도이니 북한 경제 제재 여파와는 비할 바가 못되는 셈이다.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국제유가가 요동치고 있다.

 

가격경쟁력 탁월 이란산 원유 ‘그림의 떡’ 될 수도

이란산 원유의 국내 도입실적

우리나라도 경제적이고 안정적으로 원유를 확보하는데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도입 원유중 이란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지난 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이란산 원유는 1억4787만 배럴로 같은 기간 도입된 11억1816만 배럴의 원유중 13.2%를 차지했다. 특히 이란에서 도입한 원유중 70% 정도가 초경질원유인 콘덴세이트였는데 상당한 가격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란산 콘덴세이트는 카타르산과 비교해 우리나라까지의 운송비용이 비슷하지만 도입 단가는 낮았다. 2017년 기준 이란산 콘덴세이트 가격은 배럴당 50.4달러를 기록했는데 카타르산은 이보다 2.5달러 높은 52.9달러를 기록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 기간 동안 우리나라에 도입된 콘덴세이트 중 60.4%가 이란산으로 채워졌는데 경제 제재가 본격화되면 이란산 원유는 ‘그림의 떡’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란 제재 오래 가지 못할 것’ 긍정적 전망에 기대

다행스러운 것은 이란에 대한 미국의 원유 수출 제재 조치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에 더 많은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이란간 갈등이 한시적일 것이라는 분석에 근거를 둔 해석이 그렇다. 이란 정부가 여전히 핵합의 준수 의사를 밝히고 있고 미국과 더불어 이란 핵협정에 공동 참여했던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독일 등이 이란과 맺은 핵합의를 여전히 지지하고 있어 과거처럼 이란 경제 제재에 서방 주요 국가들이 공조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독자 제재에 부담을 느낀 미국이 이란과 재협상에 나서게 되면서 경제 제재 기한은 길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란 원유 수출이 줄어드는 공간을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가 채울 수 있다는 분석도 눈길을 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사우디의 잉여 원유 생산 능력이 하루 평균 250만 배럴에 달하는데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자국 시장 점유율 확대 기회로 삼아 수출 물량을 늘리게 되면 원유 공급 감소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결의했고 양 국 간 갈등이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원유 수급이나 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이란발 중동 지역 지정학적 불안 요인 고조 등을 감안해 올해 두바이유 평균 가격 전망을 지난 1월 예측한 배럴당 60달러에서 65.3달러로 상향 발표하고 있다.

 

미국에 성의 보여 제재 면제 받는 시나리오에 주력

국가별 콘덴세이트 국내 도입실적

원유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특히 이란산 원유 의존도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정부도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대책반을 꾸리고 있다. 이란 경제 제재가 재개될 때 이란산 원유 도입에 차질이 발생하는 것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인데 미국으로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 제재 대상의 예외 국가로 인정받는 시나리오에 포인트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2년에도 이란과의 교역 제재 대상에서 면제국으로 지정받은 경험이 있다. 미국 정부는 국방수권법에 근거해 2012년 6월, 이란에 대한 석유 부문 금융 제재에 나섰고 압박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 국가들에게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란에 대한 본격적인 경제 제재 프로그램이 가동되기에 앞서 우리 정부는 이란산 원유 도입을 줄이는 일종의 ‘성의’를 보이면서 제재 면제국에 이름을 올렸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제재 이전 도입하던 물량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 들기는 했지만 2015년까지 이란과의 원유 거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도 제재 면제국에 포함되면 전면적인 수입 중단 같은 최악의 상황은 피해 나갈 수 있다. 원유 도입선 다변화도 또 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2016년부터 올해 1분기 까지 도입한 콘덴세이트 평균 단가는 오만산이 배럴당 42.9달러, UAE 44.4달러, 미국산이 46.6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란산 원유 수입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카타르산 콘덴세이트 가격이 평균 52.9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 수준 낮아 이들 국가와 거래를 확대하는 원유 도입선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란 제재 효과로 유가 오르자 미국 시추는 증가

한편 미국이 이란 경제 제재의 수혜국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고 이미 현실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란 원유 수출이 줄어 들고 유가가 상승하면 석유 순 수출국으로 변신중인 미국의 에너지 무역 수지가 크게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내 원유 시추기 수가 확연하게 증가중이다. 에너지 관련 정보 제공 업체인 베이커휴즈(Baker Hughes)에 따르면 이달 11일 기준으로 미국 원유 시추기 수가 그 전 주 대비 10기 늘어난 844기를 기록했고 6주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미국내 시추기 수는 2015년 3월 이후 최고치에 해당된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내 셰일원유 개발을 주도하는 페르미안(Permian) 분지가 시추 증가를 주도하고 있는데 11일 기준 시추기 수는 그 전 주 보다도 5기 늘어난 463기를 기록중이다. 시추 시도가 늘어나면서 페르미안 지역을 포함한 미국 주요 셰일 분지에서의 석유 생산량은 5월 보다 하루 평균 14만5000배럴이 늘어난 718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란 경제를 압박하니 미국 원유 수출 입지는 개선될 기회가 커지고 있는 셈인데 그 틈바구니에 끼인 우리나라 같은 자원 빈국의 셈법만 복잡해지고 있다.

이란 경제 제재와 맞물려 미국 내 원유 시추기 수가 확연히 증가중


지앤이타임즈 김신 편집국장

전북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전공과는 상관없는 에너지 분야 전문 언론에서 20년 넘는 세월을 몸담고 있는 에너지 분야 전문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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